오프닝나잇 전시
《장시간 정체 구간을 주행 중입니다. 
 안전을 위해 가까운 휴게소에서 쉬어가세요.》



전시장소
N:NEWS(뉴스뮤지엄) 을지로점
전시일시
2026. 8. 31.(월) 19:00~22:00
참여작가

김명찬, 김중진, 김지민, 김지혜, 노혜율,

서지우, 송민규, 이은우, 이지구, 이현태

참여기관
상업화랑
YK PRESENTS
플로우앤비트
스페이스유닛+
더소소 
에케이다
그블루갤러리

‘정체(停滯)’는 흔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을지로에서의 정체는 단순한 멈춤만을 의미하진 않는 듯 보인다. 빠르게 통과할 때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과 미세한 변화가 멈추어 선 순간 비로소 감지되듯, 정체는 주변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관찰 조건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랜 산업과 노동의 시간, 도시의 변화와 사람들의 기억, 그리고 그 위에 형성된 미술 생태계의 움직임이 여러 겹으로 쌓인 이 곳 을지로 역시 그러한 의미에서의 ‘정체 구간’이라고 우리는 체감한다.


   2026 서울아트위크 기간 동안, 뉴스뮤지엄은 단순한 통과구간이 아니라, 을지로를 중심으로 산재된 동시대 미술의 주체들이 일시적으로 응축되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또, 다시 을지로 곳곳으로 발 옮기기 전 잠시 목을 축이며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예비적 공간이 된다. 이에 을지로의 전시공간 7곳 (YK PRESENTS, 그블루갤러리, 더 소소, 상업화랑, 스페이스유닛+, 에케이다, 플로우앤비트)에서 초청한 10인의 참여작가와 함께 구성한 이번 기획전은, 을지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기억과 노동, 리듬과 움직임, 사물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작업들을 통해 오늘날 을지로 미술 생태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전시의 구성을 따라가면, 멈춤 속에서 기억이 쌓이고, 몸이 흔적을 남기며 자리를 표시하고, 보이지 않던 움직임과 관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며 을지로의 미술 생태계를 ‘미리보기’ 하는 시간이자, 각자의 다음 목적지로 발길을 옮기기 전 주변의 풍경과 리듬을 다시 살피는 짧은 정차의 시간을 감각하기를 권한다.


   《장시간 정체 구간을 주행 중입니다. 안전을 위해 가까운 휴게소에서 쉬어가세요》는 을지로의 고정된 장소성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흩어지는 움직임 자체를 하나의 장소성으로 제안한다.


   본래 비어 있다가 목적에 따라 모양이 바뀌던 이 곳 뉴스뮤지엄 공간은 2026 서울아트위크 동안 일시적으로 을지로 곳곳에서 활동하는 갤러리와 작가, 작품과 관객이 잠시 모이고, 다시 도시 곳곳으로 흩어지기 전 서로의 존재를 마주하는 임시 광장이 된다. 멈춤 속에서 기억은 축적되고, 몸은 흔적을 남기며, 보이지 않던 리듬과 관계는 모습을 드러낸다. 뉴스뮤지엄에서의 짧은 정차는 곧 지금의 을지로 미술 생태계를 미리 감각하는 시간이자, 각자 흩어져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전 을지로 미술 현장의 얼굴과 리듬을 다시 둘러보는 하나의 광장이 된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이 광장에서 잠시 정체 중이다.


“장시간 정체 구간을 주행 중입니다. 안전을 위해 이 곳에서 쉬어가세요.”



기획  |  이나현 학예연구원



Part. 1 기억을 쌓아 만든 자리

물리적 공간 자체로 우리가 인식하는 ‘장소’가 되지는 않는다.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경험, 기억이 쌓일 때 공간은 비로소 저마다의 의미가 서린 장소가 된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가 지나가는 곳이지만 저마다 그 곳을 기억하고 인식하는 방식은 다르다. 어떤 장소는 누군가의 특정한 감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억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Part 1. 기억을 쌓아 만든 자리’에서는 개인의 경험이나 기억이 장소 및 특정 이미지와 만나는 방식을 탐구한다.


김명찬은 지극히 사적인 경험과 유관한 대상의 몸을 에어브러시로 산업적 재료 위에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렇듯 사적 경험을 머금은 몸과 산업적 재료가 교차한 결과로서의 설치물로 광장을 일시적으로 점유한다. 이렇게 하루 동안 구축된 광장 속 김명찬의 회화적 구조물은 공적 장소에 놓인 사적 기억의 기념비와도 같다.


김지민은 디아스포라 경험과 유럽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감각한 유럽의 고전 애호 취향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구축한, ‘프로토타입 템플(Prototype Temple)’ 작업을 그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렇듯 작가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구축한 가상의 극(劇)적 세계관에서 무대, 배경으로 기능하는 회화 3점과 배우로서의 〈움직이는 샹들리에〉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가 낯선 공간을 처음 맞닥뜨리고, 이후 점차 익숙해지며, 장소의 일부가 내 안에 들어와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서지우는 도시 속 오래된 건물, 구조물과 그 잔해들이 머금은 이야기들에 눈길을 두며, 변화무쌍한 도시 풍경 속에서도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건물들의 이야기 조각들을 그러모아 건축적 조각을 세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80년대에 지어진 서울의 한 아파트와 그 인근에서 채집한 ‘파츠(parts)’를 모아 하나의 아파트 단지를 다시 올린 〈대단지〉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작가는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획일화된 공동주거시설로서의 ‘아파트’의 면모와 저마다의 안식처에 사람들이 이야기들을 쌓아둔 ‘집’으로서의 면모를 동시에 드러낸다.

서지우, 〈대단지〉, 2024

Ziu Suh, Apartment Complex, 2024

목재, 시멘트, 실리콘 등 혼합재료

Wood, cement, silicone and mixed

김지민, 〈Line of Silence〉 No. 145, 2025

Jeemin Kim, Line of Silence No. 145, 2025

캔버스에 금박, 잉크 등 혼합재료

Ink, gold leaf and mixed media on canvas

97 × 162.2 cm

김지민, 〈Line of Silence〉 No. 146, 2025

Jeemin Kim, Line of Silence No. 146, 2025

캔버스에 금박, 잉크 등 혼합재료

Ink, gold leaf and mixed media on canvas

112.1 × 162.2 cm

김지민, 〈Line of Silence〉 No. 147, 2025

Jeemin Kim, Line of Silence No. 147, 2025

캔버스에 금박, 잉크 등 혼합재료

Ink, gold leaf and mixed media on canvas

112.1 × 162.2 cm

김지민 개인전 《프로토타입 템플: 어떻게 원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전시전경

상업화랑 용산, 2023


Part. 2 몸으로 더듬은 모서리의 자리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세계를 더욱 매끄럽고 효율적인 환경으로 변화시키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몸과 노동, 시간의 흔적은 소리 소문 없이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공구상가와 철물점, 인쇄소 등이 밀집해있어 무수한 손과 몸의 움직임으로 써내려간 수십 년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있는 이 곳 을지로처럼, ‘Part 2. 모서리를 더듬는 몸들’은 기술혁신이 도시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는 동안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몸의 움직임과 시간이 촉각적 흔적으로 남아있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김지혜는 보이지 않는 틈과 관계를 최소한의 흔적을 ‘희미한 연결’의 선의 표현으로 드러낸 사진과 회화를 선보인다. 작가는 사진의 시각적 기록성, 재현성에서 나아가 시간과 압력이 축적된 촉각적 산물을 보여주며 각자의 고유한 감각으로 세계를 재인식하게 한다.


이지구는 원래 옷의 원단을 재단하기 위해 쓰이는 의류패턴을 본래의 용도는 지운 채 기워붙이며 으레 정돈되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것, 마땅히 감춰져야 할 것들을 숨기는 봉제 방식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그리고 여태 외부로 드러나지 못했던 것들을 제 손으로 과감히 뒤집어 드러내며 통념을 전복한다. 즉, 김지혜와 이지구는 쉽게 인식되지 않던 흔적과 연결을 손과 시간을 들여 우리 앞에 펼쳐 보이며, 우리가 매끄럽고 편리한 기술들을 지향한 새에 간과한 몸의 경험과 비가시적 감각들을 되새기게 한다.

김지혜, 〈도시-피어난 틈새〉, 2026

Kim Ji Hea, City-Blooming Gaps I, 2026

피그먼트 프린트, 플렉시글라스 마운트

Pigment print mounted on plexiglas

108 × 162 cm, 2 of 3 panels, Ed. 1/10

김지혜, 〈우리가 미처 다 보지 못한 것들〉, 2026

Kim Ji Hea,

What We Have Yet to Fully See, 2026

디지털 사진 위에 채색

Painting on digitally transformed photograph

130 × 193 cm

이지구, 〈The Chicken or the Egg?〉, 2026

Leejeegoo, The Chicken or the Egg?, 2026

섬유

Fabric

가변설치

Variable installation

이지구, 〈Which came first〉, 2026

Leejeegoo, Which came first, 2026

섬유

Fabric

가변설치

Variable installation


Part. 3 멈추면 비로소 느껴지는 박동

도로 위 정체 구간에 멈춰있을 때 비로소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희미한 신호와 자극이 우리에게 감지된다. 리듬감 있게 가동되는 기계, 생태계의 리듬, 보이지 않지만 작동되는 힘의 방향 같은 것들은 가만히 들여다볼 때 각자에 내재된 질서와 체계를 발견할 수 있다. ‘Part 3. 멈추면 비로소 느껴지는 박동’은 이렇듯 평소에 쉽게 감지되지 않지만 묵묵히 흐르며 세계를 약동하게 하는 리듬, 그리고 그에 내재된 비가시적 질서를 탐구하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공간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노해율의 키네틱 조각 〈Movable-2025〉는 중력에 반하는 듯 땅에서 샘솟는 생명의 약동을 가시화하는 수직 구조의 원통 구조물들로 구성된다. 각각의 바닥부 중앙에 있는 구동모터에서 생성된 진동이 위로 전달되며 움직이고 또 바닥에 궤적을 남기는 것을 보고 우리는 규칙성을 파악하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궤적은 단일 규칙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규칙성과 불규칙성 사이를 진동할 때 생성되는 박동은 평소 쉽게 감지되지 않던 움직임의 패턴을 드러낸다. 


한편 김중진의 〈“911” Ground Concerto No. 1, Op. 5: 2nd Movement 5〉는 저마다의 생애에서 예기치 않게 마주치는 변곡점, 결절점, 변화의 이정표로서의 ‘사고’ 혹은 ‘일시정지’ 상황을 가시화한다. 균형과 안정의 와해는 부정적으로만 이해되기 쉽지만, 작가는 때로는 이러한 사건이 새로운 국면과 리듬으로의 진일보를 야기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이처럼 노해율과 김중진의 작업은 각각 멈춰서면 감지되는 리듬, 균열을 통해 마주하는 보이지 않던 질서에 주목하게 한다.

노해율, 〈Movable-2025〉, 2025

Noh Hae Yul, Movable-2025, 2025

폴리카보네이트, 모터와 컨트롤러 등 혼합매체

Polycarbonate, motor, controller and mixed media

가변설치

Variable installation

김중진, 〈“911” Ground Concerto No. 1, Op. 5: 2nd Movement 5〉, 2026

Kim Joong Jin, “911” Ground Concerto No. 1, Op. 5: 2nd Movement 5, 2026

혼합매체

Mixed media

120 × 60 × 130cm


Part. 4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이제 잠시 멈추어 주변을 바라보면, 움직이고 생동하는 존재들이 우리 뿐만은 아니라는 점이 발견된다. 우리의 기억과 몸의 움직임이 누적된 자리들, 또 이러한 자리에 섰을 때 마주하는 박동들을 지나 Part 4.에서는 인간, 더 나아가 생물만을 세계를 중심에 놓는 시각에서 각도를 조금 틀고자 한다. 이은우, 이현태, 송민규의 작업들은 각각 사물, 소리, 기술 등 역시 주체성을 가지고 이 세계를 구성하며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점에 주목한다.


송민규의 〈Smith Machine Part 2〉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몸의 움직임과 풍경을 데이터로 치환하고, 이 데이터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화면 위의 기하학적 기호와 색채로 재구성한 회화 연작이다. 이러한 송민규의 화면에서, 현실/가상, 재현된 이미지/언어 혹은 그 밖의 기호 등 대조되는 개념들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이들도 한 데 어울려 하나의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동하게 된다.

이은우의 〈Paramorphosis〉 연작들은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능동적 존재로서의 조각을 제시한다. 유기적 형상과 인공적 물성이 공존하는 이은우의 조각들은 비인간 존재들 역시 동등한 행위자로서 이 세상을 구성하고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3층에서 이현태의 〈셰헤라자데 장치 시험비행〉은 작가가 고안한 웹 기반 오디오비주얼 악기와 인터넷 네트워크, 미디어 장치들로 비선형적인 사운드 환경을 생성하는 퍼포먼스다. 소리들이 작가가 설계한 규칙 위에서 네트워크 환경과 장치의 상태, 예측할 수 없는 우발성에 반응하며 끊임없이 이합집산하는 것을 목도하며, 완전한 질서도, 무질서도 아닌 그 사이의 사운드스케이프처럼 인간 이외의 존재들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감각하게 한다.


이처럼 세 작가의 작업은 인간과 비인간, 질서와 우연, 현실과 가상이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이합집산하며 세계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자연스러운 풍경이라 부르는 것 역시 수많은 존재들의 공존과 운동이 만들어내는 것임을 드러낸다.

송민규, 〈Smith Machine Part. 2〉 #2/3/4/5/6/7/9/10, 2026

Mingyu Song, Smith Machine Part. 2 #2/3/4/5/6/7/9/10,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42 × 53 cm (8pcs)

이은우, 〈Paramorphosis series112025〉_2,3, 2025

Eunu Lee, Paramorphosis series112025_2,3, 2025

혼합매체

Mixed media

17 × 15 × 20 cm

16 × 15 × 20 cm

이은우, 〈Paramorphosis 28042026〉, 2026

Eunu Lee, Paramorphosis 28042026, 2026

혼합매체

Mixed media

가변설치

Variable installation

이현태, 〈셰헤라자데 장치〉, 2025

LEE Hyun-tae, Scheherazade Instrument, 2025

웹 기반 오디오비주얼 악기 인터페이스, 화면 스틸

Web-based audiovisual instrument interface, interface stills

이현태, 〈셰헤라자데 장치 시험비행〉, 《NEW MUSIC IN 제주 #10》, 2025

LEE Hyun-tae, Scheherazade Instrument Test Flight

NEW MUSIC IN JEJU #10 , 2025

퍼포먼스 기록 영상 스틸, 제공: NEW MUSIC IN 제주

Video still from performance documentation,

Courtesy of NEW MUSIC IN JEJU

약 22분

Approx. 22 min.


전시장소


N:NEWS 뉴스뮤지엄 을지로 (서울특별시 종로구 을지로 127)